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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사회심리학: 행복이란 무엇인가?

by 안개속의 풍경 2023. 11. 12.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늘 가지고 있는 질문이며, 그 답은 사람마다 다를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공통점일 것이다. 사회심리학에서 행복에 대한 관심은 긍정심리학의 등장과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 긍정심리학의 측면에서 본 행복의 정의와 다양한 의미들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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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심리학의 행복

2차 세계대전 이후 '외상 후스트레스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심리학은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그러나 심리적 장애가 치료된 이후, 자신을 새롭게 만들고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이란 슬픔과 괴로움 속에서도 기쁨과 행복을 경험하며 의미 있고 목적 있는 삶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지향하는 존재이다. 이에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삶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취지로 등장했다. 이들이 보는 행복의 종류는 2가지가 있다. 쾌락주의적 행복과 자기실현적 행복이다. 

 

 쾌락주의적 행복과 주관적 안녕감

 쾌락주의적 행복이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고, 좋은 경험만을 할 때 느끼는 행복이고, 이러한 삶의 목표는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이 관점은 행복을 주관적 안녕감으로 측정한다. 주관적 안녕감은 삶의 만족, 긍정적 정서의 존재, 부정적 정서의 부재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행복에 관한 다수의 연구가 이 측정치에 기초하고 있다.  주관적 안녕감의 가장 큰 특징은 객관적 조건이나 타인에 의한 평가보다는 자기의 삶에 대하여 스스로가 좋다고 느끼는 정도를 의미한다. 절대적인 수입의 규모보다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정당하고 적절한지가 더 중요하고, 의사가 진단해 준 건강지수보다 주관적으로 자각한 건강이 행복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의미의 '소확행'이 바로 주관적 안녕감의 표본이 아닐까? 정서적으로는 긍정정서가 높고 부정정서가 낮고, 인지적으로 삶의 만족 수준이 높을 때 주관적 안녕감도 높다. 주관적 안녕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유전적 요인, 심리적 요인, 관계적 요인, 사회경제적 요인이 있다. (1) 유전적 요인: 각 개인마다 정서 경향성, 기질, 성격, 접근-회피 경향성이 다르다. 이것들이 주관적 안녕감을 느끼는데 선천적 개인차를 가져온다. 예를 들면, 부정 정서보다는 긍정 정서를 더 많이 느끼는 성격을 가진 사람, 접근 경향성이 높아서 목표를 향해 접근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 기질적으로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들이 주관적 안녕감이 높다. (2) 심리적 요인: 사람이 자신의 능력이나 심리 상태를 평가할 때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는데, 이때 자신의 비교 기준과 현실과의 차이가 작을수록 주관적 안녕감이 더 높다. 또 특정 목표를 추구해서 성취할 때의 행복감이 있는데, 이 목표는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자신의 내적인 가치에 부합하는 목표를 추구할 때 주관적 안녕감이 높다.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도 영향을 미치는데, 기질적 낙관주의자들이 자존감이 높고, 불안 우울이 낮아서 건강과 행복 유지에 역할이 크다. 비관주의자 중에서도 방어적 비관주의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실패를 대비하는 여러 준비와 훈련을 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긍정정서를 경험할 가능성도 높아서 주관적 안녕감에 기여한다. (3) 관계적 요인: 주관적 안녕감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 중에 유일하게 타인과의 긍정적인 인간관계만이 문화 보편적인 요인이다. 다만 결혼 자체보다는 결혼 생활의 질이 더 중요하므로, 불행한 결혼은 미혼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지적이고 안정적인 결혼 관계가 주관적 안녕감을 높인다. (4) 사회경제적 요인: 수입, 직업과 같은 요인이다. 다만 소득 수준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도, 사람들의 주관적 안녕감은 계속 증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즉 빈곤을 벗어나는 수준의 소득증가는 행복의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만,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행복도와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믿기 어렵다. 하지만 재벌 중에도 불행을 이유로 마약에 빠지거나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중에도 불행의 파국으로 치달은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자기실현적 행복과 심리적 안녕감

자기실현적 행복은 쾌락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표현함으로써 삶에 대한 충만감, 존재의 의미, 진정으로 살아있는 자신을 강렬하게 느끼는 순간의 행복을 의미한다. 자기실현적 행복은 '부모 됨의 역설'을 통해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부모는 자녀 양육을 하면서 쾌락보다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더 많이 경험하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만족과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런 행복감은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깨닫고  온전히 표현하는 삶을 추구할 때 나타나는 것으로 Ryff가 '심리적 안녕감'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다.  심리적 안녕감은 자율성, 긍정적 대인관계, 삶의 목적, 개인의 성장, 자기 수용, 환경 통제감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즘 대한민국의 20대-30대 젊은이들은 결혼을 원치 않거나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많다. 또 결혼을 한다 해도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그들의 삶에서 쾌락주의적 행복을 추구할 뿐,  '부모 됨의 역설'이라는 자기실현적 행복은 추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내 주변에서 비혼주의를 선언한 젊은이들의 경우, 그들의 부모들은 '부모 됨의 역설'을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실행해 온, 즉 정말 헌신적으로 자녀를 사랑하고 또 열심히 자기실현적 행복을 추구했던 부모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자녀들은 그 부모들처럼 헌신적으로 배우자와 자식과 가정을 위해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비혼주의를 선택한다고들 한다. 부모의 '자기실현적 행복'은 자녀들에게 전혀 행복으로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역할모델도 되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이 부분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내 주변의 케이스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너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