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4화. 정하람 환자의 망상장애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4화에 등장하는 정하람 환자는 망상장애를 보인다. 망상장애 (딜루젼 심프텀)의 주요 증상과 원인, 치료에 관한 이상심리학적 이론을 정하람 환자의 드라마 속 이야기와 연결하여 포스팅해 보았다. 

 

망상장애  주요 증상과 특징

 망상장애는 한 가지 이상의 망상을 최소 1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내지만 정신분열증의 진단기준에는 해당되지 않는 경우이다. 망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망상과 관련된 생활 외에는 기능적인 손상이 없으며 뚜렷하게 이상하거나 기괴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망상장애가 발병할 가능성은 평생 0.3%로 추정된다. 발병은 성인 중기나 후기에 시작되는 경향이 있고, 피해형이 비율상 가장 많고 만성화되는 경우도 많다. 

 망상장애에는 다양한 하위유형이 있다. 

1) 애정형: 신분이 높은 사람이 자신과 사랑에 빠졌다고 믿는 망상

2) 과대형: 자신이 위대한 재능이나 통찰력을 지니고 있거나 중요한 발견을 했다는 과대망상

3) 질투형: 배우자나 연인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망상

4) 피해형: 자신 또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망상

5) 신체형: 자신에게 어떤 신체적 결함이 있거나 자신이 질병에 걸렸다는 망상

6) 혼합형: 2개 이상 혼합되어 있는 경우

7) 불특정형: 망상의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특정한 유형에 속하지 않는 경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4화에 정하람 환자는 #4의 피해형 망상장애가 있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이후 절망에 빠져 자살시도를 하다가 정신병동에 응급입원한 정하람 환자는 입원 첫날부터 정다은 간호사가 자신의 돈을 훔쳐갔다는 망상을 보이고, 훔쳐간 돈을 돌려달라며 집요하게 정다은 간호사를 괴롭힌다. 

 

망상장애 원인

망상장애의 원인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입장이나 뇌의 구조적 손상과 관련한 생물학적 입장도 있지만, 이 포스팅에서는 인지적 입장의 원인을 소개하려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지적 결함으로 인해 망상이 형성된다는 입장이다. 중요한 점은 비정상적인 경험이 인지적 추론과정에 오류를 일으키는 촉발요인의 역할을 한다. 정하람 환자의 경우에는 라면 반 개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해야 할 정도의 극단적인 가난 속에서 취업이 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취업을 미끼로 보이스피싱을 당해 그동안 모아놓은 전재산을 잃어버린 것이 '비정상적인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이 비정상적인 경험은 정다은 간호사가 입원 첫날 자신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행동을 자신의 돈을 훔쳐간 것으로 인지 오류 추론을 하게 촉발했고, 결국 망상이 형성된 것이다. 특히 피해망상의 경우 타인의 행동을 특이한 방식으로 귀인 한다. 예를 들어 부정적 생활사건에 대해 극단적인 외부귀인을 하는 방식인데, 자신에게 일어난 나쁜 일이 다른 사람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해석해서 피해망상으로 발전한다. 극 중 정하람 환자의 피해망상에 대해 황여환 의사가 해주는 설명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을 어떻게 해서든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돌려, 그 사람을 원망하는 힘으로 버텨낸다는 것이다. 한번 망상이 형성되고 나면, 자신의 망상을 입증하는 정보는 선택적 주의를 통해 주목하는 인지적 편향도 장애를 더 강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정하람 환자는 정다은 간호사가 짜장면을 사 먹거나, 미용실에서 새로 머리를 한 행동이 돈을 함부로 쓰는 행동이며, 그것은 자신에게서 돈을 훔쳐간 증거가 된다고 망상을 강화했던 것이다. 

 

 

망상장애 치료

환자가 치료자를 잘 믿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관계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신뢰 관계가 형성된 후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한다. 특히 초기에 환자의 망상에 동의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다은 간호사가 정하람 환자에게 돈을 훔쳐가지 않았다고 소리친 것이 환자의 망상을 부정한 행동이라 문제로 지적받았던 것이다. 치료 대상은 망상 자체보다는 그에 수반되는 불안이나 우울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찰치료나 집단치료보다는 지지적 치료나 문제 지향적 치료가 보다 효과적이다. 정하람 환자의 경우 저축을 다시 시작하는 행위로 병의 호전을 보여주었다. 

 

마무리하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4화에 등장한 정하람 환자의 망상장애 에피소드는 보이스피싱, 청년층의 가난과 취업의 어려움이라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문제도 다루고 있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기 범죄의 피해자들은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이고, 그 범죄를 당한 어리석은 자신을 탓하고 원망하게 되는 정신적인 피해도 큰 것 같다. 범죄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정신적 치유 시스템을 사회적으로 갖춰야 할 것 같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3화는 공황장애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공황장애를 겪는 인물은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가 아니라, 정다은의 친구 유찬과 정신병동의 간호실습생 승재이다. 공황장애의 증상과 진단기준, 원인과 치료에 관한 포스팅을 링크한다.  

 

임상심리학: 현대인의 불안 <공황장애> 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