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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대인관계 심리학: 한국 사회의 분노조절장애현상

by 안개속의 풍경 2023. 10. 22.

한국 사회의 분노조절장애 현상

최근 들어 한국 사회는 '분노조절장애'라는 용어를 미디어와 일상생활에서 거의 매일 듣게 된다.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묻지 마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해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우리 일상에서 매일 함께 생활하는 가족, 친구, 동료들이 분노조절 장애로 우리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대인관계 심리학에서 연구한 내용이다. 

전형적인 분노 상황

(1) Lazarus (1991): 분노를 유발하는 전형적인 핵심 관계 주제를  '나와 내 것을 모욕하는 공격'으로 설명했다. 많은 연구들도 어떤 사람이 의도적으로 혹은 생각의 부족으로 손해를 끼쳤을 때 대부분 분노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내 앞을 가로질러 가다 나를 쳐서 내가 넘어진 경우, 내가 느끼는 분노는 그 사람이 왜 앞을 가로질러 갔다고 생각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그 사람의 행위가 부주의 인지 고의적인지에 따라 분노의 정도가 달라진다. (2) Ohbuchi et al. (2004): 미국, 유럽, 아시아계 학생들은 타인이 자신을 불공정하게 취급한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분노를 가장 크게 느낀다고 보고했다. (3) Kuppens et al. (2003) : 최근에 좌절감을 느꼈던 사건에 대해 보고하게 했던 연구였는데, 자신의 좌절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케이스에서만 분노를 느낀다고 보고했다. (4) 다양한 분노 상황의 원인과 행태에 대한 연구를 통해 분노에는 자기 분노와 타인분노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타인에 대해 분노를 느낄 때는, 복수와 공격을 하려고 한다. 자기 분노는 자기를 공격하기보다는 슬픔, 죄책감, 당혹감과 혼합되어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분노조절장애

 분노는 생각보다 긍정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 가벼운 분노 표현은 상대방이 나에게 하는 부정적인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의 가벼운 분노 표현을 통해, 상대방의 화를 알아차리고 미래에 유사한 행동을 피하게 되며, 관계를 향상할 수도 있다. 즉 분노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나의 한계와 요구를 알게 해 줌으로써 사회적 상호작용을 향상할 수 있다. 다만, 분노가 긍정적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분노 표현'이라는 단서가 존재한다. '가벼운 분노'를 벗어나서 공격, 특히 폭력을 동반한 공격 표현을 하는 순간 그것은 '분노조절장애'  상태가 된다. 그런데, 분노는 관찰이 어렵고, 공격은 관찰 가능하다. 그래서 분노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 신체적 공격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분노와 신체적 공격의 관계는 불분명하다. 즉 분노를 느끼는 빈도와 실제로 다른 사람을 때리고 공격하는 것의 빈도를 비교해 보면 분노를 느끼는 빈도가 실제 공격보다 훨씬 많다는 점은 '분노조절장애'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특정 개인의 폭력적 성향이 분노 자체보다 더 큰 원인제공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있다.

썸네일: 한 여성이 분노를 참지 못해서 소리를 지르며, 불끈 쥔 주먹을 들어올리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의 분노조절장애 관련 현상

한국 사회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문화적으로 동시에 암묵적으로 강요되는 엘리트 사회로의 진입 경쟁이 시작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대략 5 세부터 사교육 시장의 대상이 된다. 부모와 가정은 한 아이를 엘리트로 키워내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하여 교육적 투자를 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얼마나 해내는지 성취 결과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아이가 건강한 사회의 시민으로 자라나기보다는, 사회적 성공이 보장된 엘리트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이뤄지는 모든 의사소통은 내용도 방식도 한정적이다. 자신의 다양한 내면과 감정을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 역시 타인의 내면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소통을 하지 않다 보니, 우리 한국인들 안에는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분노가 쌓여만 간다. 쌓이기만 하는 분노는 결국 약자 앞에서 폭력적으로 터지고 만다. 우리가 살아가고 숨 쉬는 모든 중요한 공간들에서 일어나는 폭력들이 모두 '분노조절장애'의 다양한 형태일 뿐이다. 가정 폭력, 학교 폭력, 직장 내 괴롭힘과 폭력, 군대 내 폭력, 사회에서의 폭력이 그것이다.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는 서로 잘 알고 지내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분노조절장애'라는 이름의 다양한 폭력이 존재하고 , 사회에서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묻지 마’ 폭행이 존재한다.

 '분노조절장애'에 대한 심리학적 대안 찾기

결국  ' 분노조절장애'는 건강한 의사소통을 통해 풀리지 않은 스트레스가 부정적으로 표출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의 심리적 변인을 이해하고, 건설적으로 대처를 하는 것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건설적 스트레스 대처의 특징 : 스트레스 사건이 되는 문제를 직접 직면하여 해결하려는 태도를 갖는다. 그러기 위해 스트레스와 대처 자원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부정적 정서 반응을 알아차리고 관리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괴적 행동을 통제하는 법을 훈련한다. (2)  평가 중심 대처 : 스트레스 상황을 A(activating event)- B(belief system) -C (consequence) 모델에 따라 평가한다. 부정적 평가나 신념은 파국적 사고나 문제를 과대평가하게 할 뿐이다.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평가가 건설적 대처의 시작이다. (3) 문제중심 대처 : 문제를 명료화하고 취할 수 있는 모든 행동 방안을 생각해 낸다. 행동 방안을 평가해서 선택한다.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그 행동방안을 실천한다. 주변인들과의 건강한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적 지지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