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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EBS 다큐프라임- <돈은 빚이다> 자본주의 시리즈 1부

by 안개속의 풍경 2023. 11. 26.

 

돈은 빚이다

 EBS 다큐프라임의 모든 작품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가장 큰 영향을 준 편이 바로 <돈은 빚이다> 편이다.  이 다큐를 보기 전과 후의 우리의 삶의 태도는 매우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 즉 금융자본주의의 본질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여기서는 가장 인상적인 내용 중심으로 요약하려 한다. 반드시 다큐 본편을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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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기원과 돈

16세기 영국의 금세공업자는 금을 보관하기 용이하도록 금화로 만들어 금고에 보관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금화도 금세공업자의 금고에 보관시키고 보관료를 주고, 보관증서를 받았다. 이제 사람들은 금 실물이 아닌 금보관증서로 개인 간 거래를 하게 되었다. 금세공업자는 사람들이 맡겨둔 금화를 잘 찾아가지 않자, 그 금화를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 금세공업자가 자신들의 금화로 이자 이득을 번다는 것을 안 사람들이 화를 내자, 금세공업자는 이자를 금화주인들과 나누기로 한다. 모든 금화주인들이 한 번에 금화를 찾으러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금세공업자는 이제 금고에 있지 않은 금화를 증서만으로 빌려주기 시작한다. 금세공업자가 실제로 보관하고 있는 금화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의 금화증서가 시장에 돌게 되었다. 수상함을 느낀 금화 주인들이 한꺼번에 금세공업자에게 몰려들어 자신의 금화를 찾아간다. 뱅크런이다. 금세공업자는 망했다. 하지만 전쟁을 치르느라 많은 금화가 필요해진 영국왕실은 금세공업자에게 가상의 금화를 대출해 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 주고, 그 대출이자를 전쟁자금으로 취한다. 이렇게 왕실의 인정을 받아 은행이 생긴 것이다. 가진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대출해 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현대의 은행이 탄생한 것이다. 그러니 은행은 대출을 더 많이 해줄수록 더 많은 돈을 갖게 된다. 물론 이 돈은 실제로 존재하는 돈이 아니라 금융시스템 상에서 숫자로만 존재하는 돈이다. 매일매일 세상이 우리에게 빚을 권하는 이유이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은행에서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많은 대출을 해주고 시장에 통화가 많아지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는 상승한다. 인플레이션이다. 여기에는 중앙은행의 역할도 있다. 중앙은행은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이자율을 통제하고, 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중앙은행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이자율을 낮추고 화폐를 더 찍어서 시장에 통화량을 늘린다.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좋아한다. 은행에서 쉽게 대출받은 돈으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마음껏 먹고 놀 수 있다. 그러나 이 호황은 실제 상품이나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돈이 아니라, 빌린 돈이기 때문에 오래갈 수 없다. 이제 중앙은행은 시장의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 시장에 통화량은 점점 줄어들고, 은행에 대출금과 비싼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파산하기 시작하고, 실업자가 속출한다.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는 개인들은 은행에 담보로 잡힌 집을 뺏기고 길에 나앉는다. 누구나 싫어하는 디플레이션이다. 은행에 대출을 갚지 못하는 취약한 개인들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금융위기이다. 

 

금융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는 아이들의 의자게임과 비슷하다. 원형으로 늘어놓은 의자 주위를 사람들이 돈다. 흥겨운 음악이 나오는 동안은 모두가 즐겁게 춤을 추며 의자 주위를 빙빙 돈다. 인플레이션 시기의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음악이 멈추면 사람들은 의자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밀치고 경쟁한다. 의자 수가 사람수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늘 돈, 돈 거리면서 경쟁하는 이유이다. 밀려난 사람들은 쓰러져 영영 일어나지 못하고, 의자의 개수는 점점 줄어든다. 은행이 개인들을 경쟁으로 내몬 셈이다. 그러므로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은 결코 민주적이지 않은, 민간 은행과 은행자본가를 위한 시스템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하고, 부자들의 과시소비를 흉내 내려 아등바등한다. 그렇지만 정작 '돈'이 어디서 와서 어떻게 도는지, 은행은 왜 우리에게 대출을 권하는지, 왜 우리는 늘 대출이자를 갚으면서 살아가는지 그 본질은 알지 못한다. 다큐 <돈은 빚이다>는 그런 우리에게 금융자본주의의 본질을 통렬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중심을 잡고, 나와 내 가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경제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자본주의에 대한 전문가들의 여러 비유와 통찰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다큐이다. 위에 정리한 내용 이외에도 미국의 달러 기축통화에 대한 이야기, 왜 우리가 미국의 금리와 경기에 늘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지도 알려준다. 반드시 본편을 보시길 권한다.